‘집도 안 보고 도장 찍었었는데…’ 마포구 마래푸 거래량 77% 급감
10·15 대책 1년… 얼어붙은 시장중상급지 한강벨트 중심 반토막대출 의존도 높아 강남보다 타격
14일 오후 서울 용산구 N서울타워에서 바라본 서울 도심의 아파트 단지. 뉴시스
“전용 84㎡에 25억원 이하 매물 있나요?” 지난 9월 말, 서울 마포구 ‘마포래미안푸르지오’(마래푸) 단지의 한 공인중개소에 이런 문의 전화가 들어왔다. 삼성전자 직원이라 말한 이 남성은 사내 대출 조건을 충족하는 매물을 찾고 있었다. 중개사는 24억원대로 나온 저층 매물을 추천했지만 “저층은 싫다”는 탓에 거래는 불발됐다. 갭투자 수요가 몰리며 ‘노룩 매수’도 빈발했던 마포구는 이젠 “급매 아니면 보류”를 외치는 매수자들만 남았다.
10·15 대책 1년을 맞아 지난해 매수 열기가 뜨거웠던 마포구 마래푸를 방문했다. 지난 13일 단지 내 공인중개소를 돌며 4시간가량 머물렀지만, 약 20곳의 단지 내 공인중개소를 드나드는 손님은 좀처럼 눈에 띄지 않았다. 전화가 쉴 새 없이 울려댔던 작년과는 딴판이었다. 단지 내 A 공인중개소 대표는 “여름 휴가철부터 오던 사람이 아직도 집을 안 사고 있다”며 “더 싸고, 더 좋은 매물을 찾으며 급매만 기다리고 있다”고 고개를 저었다.
마래푸는 10·15 대책을 전후로 서울 주요 대단지 중 가장 급격한 거래량 감소를 겪은 곳이다. 14일 국민일보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를 분석한 결과(해제거래 제외), 마래푸 거래량은 10·15 대책 이후 큰 폭으로 감소했다. 토지거래허가제가 본격적으로 적용되기 시작한 지난해 11월부터 거래 신고가 끝난 지난 8월까지 이 단지에서 이뤄진 매매는 총 49건에 그쳤다. 전년 같은 기간(211건)보다 76.8% 줄어든 수치다.
거래가 뚝 끊기면서 몇 달째 집을 팔지 못하는 매도인도 있었다. 다주택자인 50대 B씨는 두 달 전 전용 84㎡ 매물을 주변 시세인 27억원보다 약 2억원 낮춘 25억원에 내놨다. 하지만 매수자들이 추가로 가격 인하를 요구하거나 대출 환경이 녹록지 않은 탓에 여태 거래가 안 됐다. 단지 내 공인중개소 이모 대표는 “B씨가 사나흘 전에 ‘매수에 진정성 있는 사람이 나오면 ‘매도자 대출’도 고려해보겠다’는 의사를 밝혀왔다”고 귀띔했다.
‘강남 갈아타기’를 위해 주변 시세보다 가격을 크게 낮춘 매도인은 갈아타기에 성공했다는 이야기도 들려왔다. 처음 전용 84㎡ 매물을 26억5000만원에 내놨던 한 집주인은 강남 급매를 잡기 위해 25억원으로 낮춰 거래를 성사시켰다. 계약을 진행했던 공인중개사 윤모 대표는 “당시엔 급매 수준이었지만 지금 상황을 보면 25억원이 최고가”라고 말했다. 더 높은 가격에선 거래가 어렵다는 얘기다. 이날 네이버부동산 기준 마래푸 전용 84㎡ 호가는 25억~27억원대에 형성돼있다.
거래 절벽은 마포구에만 한정된 이야기는 아니다. ‘중상급지’로 통하는 한강 벨트 일대 거래량이 일제히 큰 타격을 입었다. 성동구 거래량은 3313건에서 1341건으로 59.5% 감소했고, 마포구(-48.5%), 광진구(-45.3%), 동작구(-36.0%) 등 한강 벨트 거래량은 반토막이 났다. 강남구(-32.4%)와 서초구(-26.4%) 등 최상급지보다 더 크게 줄어든 모습이다.
양지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대출 의존도가 낮은 강남 지역은 초급매물에 수요가 유입되는 반면, 한강 벨트 중상급지는 상대적으로 대출 의존도가 높아 거래량 감소 폭이 더 크다”고 말했다. 다만 “금리 인상 변수가 있어 일부 변동은 있을 수 있겠으나 입주 물량 감소, 이주 수요 증가가 예고돼있어 가격 하락으로 이어지긴 어려워 보인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