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 결국 ‘건보 급여화’ 문 두드린 위고비…에페, 출시 전부터 ‘덜덜’
노보노디스크, 심평원에 신청서 제출위고비 점유율 하락 고심 중 결단 내려“‘수비’ 아닌 ‘공격’ 택한 위고비” 평가도가격경쟁력 잃게 된 ‘에페’ 타격 있을 듯
약국에서 판매중인 비만치료제 위고비. 연합뉴스
주사형 비만치료제 중 국내에 가장 먼저 선보인 ‘위고비’가 건강보험 급여 등재를 추진해 파장이 크다. 위고비는 ‘마운자로’에 시장점유율이 크게 밀리고 있는 데다 올해 출시 예정인 한미약품의 ‘에페’와도 경쟁해야 하기에 급여화를 고민할 것이란 전망이 있었다. 이번 신청이 비만치료제 시장 구조에 큰 변화를 줄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급여화 신청, 예상보다 빠르다=위고비 제약사인 한국노보노디스크는 8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에 위고비의 건강보험 요양급여 결정신청서를 제출했다. 심평원 관계자는 “하루 정도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8일에 신청서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된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에 대해 예상보다 매우 빠르긴 하지만 ‘어차피 언젠가는 급여를 신청했을 것’이라는 반응이다. 위고비는 2024년 10월 국내에 출시되자마자 대박을 터뜨렸다. 첫 주사형 비만치료제라는 강점도 있었지만 그만큼 체중감량 효과가 검증된 덕분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 기세는 2025년 8월 마운자로가 출시되면서 급격히 꺾였다. 심평원 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DUR) 자료에 따르면 2025년 6월 위고비의 ‘처방점검 완료건수(처방건수)’는 39만5379건이었지만 1년이 지난 올해 6월에는 6만5410건으로 크게 줄었다. 반면 마운자로 처방건수는 2025년 8월 9만여건에 불과했지만 올해 6월에는 33만5306건에 달했다. 사실상 위고비의 시장점유율을 마운자로가 가져갔다고 봐야 한다.
위고비도 시장점유율 회복 노력을 하지 않은 것이 아니다. 직전까지 37만원이던 4주 기준 시작 가격을 마운자로 출시에 맞춰 21만6000원으로 크게 낮췄지만 점유율 하락을 막을 수 없었다. 마운자로는 4주 기준 시작가격이 27만원 이상임에도 점유율은 계속 높아졌다.
이 때문에 점유율 하락세가 계속되면 위고비가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건강보험 급여화를 신청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 바 있다. 급여화가 되면 약값의 상당 부분을 국가가 지원하므로 소비자는 훨씬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다.
한미약품의 에페. 한미약품 ◆에페, 출시 전부터 타격받을 듯=위고비의 급여 신청으로 인해 한미약품의 에페는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제약업계에서는 에페에 대해 ‘마운자로보다는 못해도 위고비와 비슷하거나 조금 더 뛰어난 성능을 지녔다’고 평가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환자들은 효능이 비슷하면 지금껏 이용해온 약을 계속 이용하려는 성향이 강하다. 위고비와 마운자로를 월등히 뛰어넘지는 않는다는 평가를 받는 에페는 결국 가격경쟁력으로 점유율을 높여야 하는데, 위고비가 급여화로 소비자 체감가격을 낮춘다면 에페는 출시 후에도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일단 에페로서는 당장 급한 불을 끌 시간은 있다. 위고비가 급여화를 마칠 때까지다. 급여화는 ▲신청 ▲급여 적정성 평가(심평원) ▲약가협상(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심의 ▲보건복지부 고시 순으로 이뤄진다. 희귀질환 치료제가 아닌 일반 신약의 경우 최대 8개월가량 소요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에페가 출시 후 몇개월간 전력을 기울일 시간이 있는 셈이다. 즉, 위고비 급여화 전까지 가격경쟁력으로 최대한 이용환자를 확보하면 약을 잘 바꾸지 않는 환자의 성향상 점유율을 유지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물론 위고비가 에페를 의식해 더 빠르게 절차를 진행할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
그래서 일부 관계자들은 오히려 이번 위고비의 급여 신청을 ‘수비’가 아닌 ‘공격’으로 봐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한다. 에페가 생각보다 효능이 낮아 사실상 가격경쟁력만 있는데 급여화로 가격을 더 낮추면 에페를 확실히 제친다는 자신감이라는 분석이다.
익명을 요구한 제약업체 임원은 “에페의 품목허가와 동시에 위고비가 급여화를 신청한 것은, 가격이 비슷하다면 환자들은 에페보다 위고비를 선택한다는 자신감에서 나온 것”이라며 “환자들에게 ‘에페를 선택하지 말고 조금만 더 기다려 달라’는 뜻을 전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한 비만치료제 커뮤니티 이용자는 “에페와 위고비의 가격이 비슷해도 위고비를 선택할 텐데 위고비의 가격이 더 낮아진다면 몇 달 더 기다리겠다는 의견이 다수”라고 전했다.
◆급여화되면 가격은?=환자 입장에서는 이번 위고비의 급여화 신청은 매우 큰 호재다. 환자가 부담하는 약값이 어떤 식으로든 크게 줄어들기 때문이다.
건강보험공단이 밝히는 일반적인 건강보험 등재 약제비의 본인부담율은 30%다. 나머지 70%를 공단이 부담한다. 하지만 이 수치는 모든 약에 동일 적용되지 않고 약의 종류와 환자수, 투약기간, 건보공단 재정까지 모든 상황을 고려해 결정한다. 의료급여 수급권자는 공단이 최대 95%까지 부담하지만 일부 약제는 본인부담금이 50%인 사례도 있다.
본인부담 30%를 위고비의 현재 4주 기준 시작 가격 21만6000원에 대입하면 환자는 6만4800원만 부담하면 된다. 약가 협상을 통해 더 인하될 가능성도 있다. 건보 재정은 물론 전체 환자수, 급여화로 늘어나는 환자수, 제약사가 얻을 이익까지 모두 고려하기 때문이다. 당장 20%만 약값이 하락해도 환자 부담은 1만원 이상 줄어든다.
이렇게 되면 당연히 에페의 가격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에페의 4주 기준 시작 가격이 10만원대 후반으로 예측되는 가운데 위고비 급여화가 완료되면 더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
심지어 한미약품 측이 위고비에 이어 급여화를 신청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제약회사 관계자는 “한미약품이 올해 내로 에페를 출시하면서 동시에 급여화를 신청할 가능성도 크다”고 전망했다.